13.6.18

로켓개발의 성공조건



로켓엔진은 비록 오래된 기술이지만 현재의 기술로도 성공적인 작동을 예측하기 힘든 기계이다. 초고온과 초저온 문제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고 초저온에 초고압의 산화제 혹은 연료를 잘 제어된 상태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되어도 폭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로켓엔진 추진을 "잘 제어된 폭발"이라고 한다. 분사기, 연소기, 노즐, 터보펌프 등의 핵심부품 들이 제대로 작동해도 이들을 연결하는데 필요한 밸브, 씰, 배관 류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중요부품들의 연결부분에서 이상이 생겨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로켓 엔지니어들은 하는 일만이 힘든 것이 아니라 상존하는 실패의 위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켓엔진을 개발한 사람들은 상존하는 실패의 위험 속에서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낙으로 여기면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기꺼이 혼신의 노력을 바쳐서 결국 최고의 로켓을 만들어 내었다. 
나치의 V-2 로켓과 미국 Saturn-5 로켓의 von Braun, 소련 R-7( Soyuz 로켓의 전신, 1957년 세계 최초위성 Sputnik를 쏘아 올린 로켓 )의 Korolev, 중국 로켓 대부 Tsien, 일본 H-2 로켓의 Godai 등이 그 예이고, 최근에는 SpaceX의 Tom Mueller가 그 대표이리라.

로켓에 미쳐서 목숨을 바치다시피 하는 열정으로, 자다가 일어나서도 로켓의 기술적인 지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야 하지 않을까?. 상세한 로켓 기술지도가 머리 속에 완벽히 들어 있어 설계의 어느 부분을 고치면 어느 부분이 영향을 받고, 전체 추력은 어떻게 변할지 꿰뚫고 있는 총체적인 권한과 책임을 짊어진 그 한 명들이 결국은 성공적인 로켓 개발로 이르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로켓 개발에 대한 기술적인 최고의 능력과 책임과 권한을 지닌 로켓기술에 깊은 애착을 가진 지휘자 아래의 중앙집중적인 조직에서라야 이 위험천만한 로켓이라는 물건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처음으로 로켓을 개발해 보는 국가들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인 Tom Mueller를 보자.

Idaho 대학 기계과를 졸업한 Tom Mueller는 어릴 때부터의 꿈인 로켓개발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캘리포니아로 왔지만 시골 대학 출신으로 직장 잡기가 쉽지 않았다. 처가살이를 하면서 기다린 끝에 결국 유명 항공우주업체인 TRW에 입사해 되어 로켓추진 관련 일을 맡게 된다. 그곳에서 Tom Mueller는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에도 사용된 '핀틀 인젝터'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액체 수소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그러나 로켓 엔지니어의 꿈은 이뤘지만 이미 시스템화 된 회사에서 개인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하고, 넘치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의 꿈은 이미 TRW 너머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Tom Mueller는 퇴근 후나 주말에 자비를 들여 동호인들과 로켓 엔진을 만들었던 로켓 마니아였다. 동시에 난관에 봉착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야심만만한 엔지니어였다. 로켓 개발에 대한 자기 동기 부여로 충만했던 Tom Mueller가 우주개발의 야심찬 꿈을 갖고 있던 열정적인 Elon Musk를 만나면서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Tom Mueller에게는 SpaceX에서 로켓 개발을 하는 것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때로는 1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였다.

Tom Mueller는 퇴근 후면 자신의 차고에서 본인이 직접 설계한 로켓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 주말이면 로켓 마니아 민간 클럽인 'RRS(Reaction Research Society)' 멤버들과 함께 모하비 사막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자신들이 만든 로켓을 실험하고 조립하면서 실제 로켓발사를 '모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모하비 사막에서 직접 만든 로켓을 실험하고 있다는 소문이 Elon Musk의 귀에 들어갔다. 마침 우주를 향한 남다른 꿈을 키우고 있던 Elon Musk는 Tom Mueller를 찾아갔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Elon Musk는 Tom Mueller에게 이렇게 묻는다. "좀 더 큰 놈도 만들 수 있겠소?" 우주개발의 새로운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Tom Mueller는 자체 로켓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세계 최초의 우주벤처기업 SpaceX의 창업 멤버가 된다. Elon Musk가 처음 Tom Mueller를 찾아갔을 때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던 로켓 엔진은 추진력 6톤짜리였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한국형발사체 3단용으로 개발 중인 엔진이 7톤임을 감안하면 개인 취미로 만든 로켓 엔진 치고는 엄청난 수준이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Tom Mueller가 만든 이 엔진은 아마추어가 만든 최고 추력의 로켓 엔진이라고 한다.
이런 Tom Mueller의 열정에 Elon Musk의 파격적인 지원이 더해지면서 로켓 개발 속도는 날개를 달았다. 2002년 6월에 캘리포니아에서 SpaceX가 설립되었는데, 2003년 3월 텍사스 주 맥그리거 시험장에서 최초로 만든 멀린 엔진을 테스트하기 시작하였다. 창립 9개월 만에 소수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신형 로켓 엔진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시험에 들어갔으니 이들의 기술적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일에 대한 열정이 정말 놀랍다.
곧이어 팰콘1 로켓 2단에 사용한 케스트렐 엔진도 연달아 시험 했다니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를 무색하게 하는 속도다. 아마, 먹고 자는 시간외에는 일만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2006년 초 마침내 팰컨1이 발사됐다. 일반적으로 로켓 개발 초기에는 발사 실패를 겪게 되는 것처럼 SpaceX 역시 첫 번째 발사는 실패였다. 터보펌프의 조그만 알루미늄 너트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폭발한 것이다. 이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두 번이나 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된다.
그리고 2008년 9월, 드디어 네 번째 발사에서 성공을 거둔다. 로켓 개발에 착수한 지 채 6년도 안된 시점이었다. 어느 국가도 이루지 못한 초 단기간의 로켓 개발 성공인 셈이다. 탐 Tom Mueller라는 자기 일에 헌신적이면서 자기 동기부여가 확실한 사람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자체 개발한 엔진을 기반으로한 우주 발사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목표인 KSLV2는아주 초보 스펙을 가진 로켓이다. 추력, 연소실압력, 추력제어기능, 그리고 중요한 무게비추력 등에 있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빠른 시간 내에 KSLV2의 개발을 완료하면서 기술을 익히게 되면,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로드맵에 있는 대로, 이를 기반으로 KSLV3, KSLV4등으로 발전할 경우 미래의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KSLV2가 우리의 로켓 개발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고 이의 발사 성공에만 연연하면서 개발에 임하고 있다면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시작부터 대실패이다. 
SpaceX의 Merlin 엔진도 초기에는 연소실 압력도 낮고 추력도 작았으나 몇 번의 발사 실패를 통해 엔진을 개선 하면서 이제는 세계 엔진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엔진이 되었고 가격대 성능비도 최고이게끔 발전했다.
우리도 빠른 시일 내에 KSLV2를 거쳐 국제경쟁력이 있는 로켓으로 커나가야 한다. 실패가 두려워 어물 어물 하다가는 기회는 모두 사라진다. 국민세금을 수조원 낭비하고, 이보더 더 더 중요한, 시간을 놓치는 일이 되지 않게 개발체제의 대변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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